알쓸신서(2) : 생활 속 서비스 디자인

2017년 이후로 분기점에서 사고율이 큰폭으로 감소합니다. 이유는 표지판을 크게 바꾸거나 도로구조물을 바꾸는 어려운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도로에 초록색과 분홍색을 칠하는 간단한 아이디어 때문인데요. 이 아이디어를 색깔유도선이라고 합니다.

 


 

알쓸신서1

고속도로 색깔유도선

오늘은 생활 속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 중 서비스 디자인 연관이 있는 사례를 얘기해보려 합니다. 서비스 디자인을 활용 할 수 있는 분야는 민간분야의 신제품 및 서비스 상품 개발부터 공공분야에서는 교육, 복지, 범죄예방, 정책 등 다양합니다. 오늘은 그 중 공공분야 중 한 사례를 얘기하려 합니다.

고속도로를 다니면서 도로 분기점 바닥에 색깔이 있는 유도선을 보신적 있으신가요? 4년 전만 해도 고속도로에 색깔유도선이 없어서 분기점을 잘 못 들어 길을 잃거나, 잘 못 든 분기점 때문에 추돌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2017년 이후로 분기점에서 사고율이 큰폭으로 감소합니다. 이유는 표지판을 크게 바꾸거나 도로구조물을 바꾸는 어려운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도로에 초록색과 분홍색을 칠하는 간단한 아이디어 때문인데요. 이 아이디어를 색깔유도선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색깔유도선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한번 살펴볼까요?


고속도로 색깔유도선

때는 2011년으로 입니다. 한국도로공사의 재직중이던 윤석덕 차장은 고속도로를 주행 중 안산분기점
에서 갈림길을 잘 못 들어 길을 헤매는 경험을 합니다. 그가 자주 다니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분기점에서 길을 헷갈린 것입니다. 초행길도 아니고 늘 다니는 길에서 분기점에서 길을 헷갈린 경험을 했던 그는
'도로전문가인 나조차도 길을 헷갈리는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헷갈리는 일이 많을까?' 생각을 하며
목적지로 다시 향합니다.

그런데 그 날 그가 길을 헤맸던 안산분기점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가 속해있던 조직의
지사장이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그는 이런 저런 방법을 생각하다가 도로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떠올립니다.


어린이도 이해할 정도의 방법이라면 그림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거기에 컬러를 넣어서 구분하기 더 쉽도록 만들자는게 그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렇게 떠올린 방법을 가지고 그는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러 갑니다. 전문가는 도로교통법 상 흰색, 노란색, 청색만 도로에 표기할 수 있기때문에 그의 방안은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주변인들 또한 아이디어는 좋으나, 너무 앞서가는 생각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경찰에 협조요청을 시도합니다. 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과 11지구대의 임모 경사님께 본인의 아이디어에 대해 의견을 물어봅니다. 그러자 임모 경사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사고를 줄일 수만 있다면 법이 문제라면 해결책을 찾아보자 얘기합니다. 그래서 윤성덕 차장은 사고 줄이는 방향에 대해 인천경찰청 11지구대에 교통제안을 합니다.

그 결과 임시적이긴 하나 2012년 5월 대한민국 1호 색깔유도선이 안산분기점에 생기게 됩니다. 그 후 분기점에서 연간 25건 나던 사고가 연간 3건으로 대폭으로 감소합니다. 그 3건도 색깔이 잘 안보이는 7~8월 장마철에 발생한 건이였습니다.

색깔유도선의 높은 효과성에도 불구하고 관련 규정이나 제도적 문제로 인해 색깔유도선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지는 못 했습니다. 그렇게 색깔유도선은 사라지는 것인가 할때쯤, 2014년에 본사 교통처에서 연락이 옵니다. 본사의 모 차장과 과장님이 색깔유도선 아이디어가 이대로 사라지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며 방침을 만들어보자고 말입니다. 그리하여 색깔유도선은 점진적으로 확대시행 되어 76개소를 설치되었고, 2011년과 2014년에 만든 색깔유도선의 전후를 2017년도에  비교해보니 27%의 사고감소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 효과성을 입증받아, 색깔유도선은 2017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되어 전국의 분기점과 나들목, 하이패스, 졸음쉼터 등
고속도로에만 364곳이 설치되어 전국의 도로사고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본 요약은 유튜브 채널 '취재대행소 왱 이건 대체 누구 아이디어일까?' 색깔유도선편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도로교통공사의 윤석덕 차장님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고속도로 색깔유도선의 탄생 과정을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엔 서비스 디자인 관점으로 고속도로 색깔유도선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알쓸신서2

서비스 디자인에서 프로젝트 진행 방식을 더블 다이어그램이라고들 얘기합니다. 이해하기-창조하기-전달하기 순으로 발산과정과 수렴과정을 두번 반복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더블 다이어그램이라고 칭합니다. 세부 과정을 보면 공감-정의-아이디어 도출-시제품 제작-테스트 과정인데요, 이 과정을 기준으로 색깔유도선 탄생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이해하기(Understand)
1. 공감

 

도로 전문가인 윤석덕 차장은 고속도로 주행중 자주 다니던 길임에도 불구하고 안산분기점을 지나면서 길을 헷갈립니다. 그때 그는 '도로 전문가에다가 자주 다니는 길인 나도 헷갈리는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헷갈릴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른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 것입니다.
이 과정은 '이해하기' 과정에서 '되어보기(Being User)' 또는 '서비스 사파리(Service Safari)'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 유저의 입장에서 경험해보고 문제점을 공감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창조하기(Create)
2. 정의

 

보통 '심층 인터뷰'나 '설문조사', '관찰하기' 등 여러 서비스 디자인 기법을 활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 사파리', '되어보기'를 통해서만은 문제를 정의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색깔유도선의 경우, 윤석덕 차장이 분기점에서 길을 헤맸던 그 날 바로 사망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생명과 관련 있는 사망사고 발생이라는 사실 자체가 '고속도로 분기점은 사망사고가
일어날만큼 위험하다.'라고 문제를 정의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창조하기(Create)
3. 아이디어 도출

 

앞 부분에서 윤석덕 차장이 정의한 문제에 대해서 본사의 지사장은 문제해결을 위해서
명확한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대책'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합니다. 서비스 디자인에서는 만달아트(Mandal Art)나 E3 가치(E3 Value) 등을 활용해서
아이디어를 발산하는데, 윤석덕 차장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해결책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운전자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그림에 색깔을 넣자는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을 활용하지는 않았지만, '분기점 도로에 색깔있는 그림을 그리자'는
아이디어를 도출한 것입니다.

전달하기(Deliver)
4. 시제품 제작

 

그는 분기점 색깔유도선 아이디어에 대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전문가는 도로교통법 상 도로에는 흰색, 노란색, 청색 3가지 색만 칠할 수 있기때문에 그의 아이디어는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의 주변인들도 아이디어는 좋으나 너무 앞선 아이디어라 얘기합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볼 방안을 찾아봅니다. 경찰에 협조요청을 하는 것이
그가 생각해낸 방법입니다. 인천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 11지구대에 모 경사에게 본인의 아이디어를
설명하자 괜찮은 아이디어라며 한번 시도해보자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는 인천경찰청에
교통제안을 하게되고, 인천경찰청의 승인을 받아 안산분기점에 임시로 색깔유도선을 테스트 해보게
됩니다. 이는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과 같습니다.

전달하기(Deliver)
5. 테스트

 

색깔유도선 프로토타이핑 결과, 연간 25건 일어나던 사고가 3건으로 대폭 감소합니다. 그 3건의 사고 또한 7~8월 장마철에 발생한 건으로 비가 많이오면 색깔유도선 조차 잘 안보이기 때문입니다. 안산분기점에서 색깔유도선 테스트 결과 효과를 입증했지만, 관련 규정 때문에 전국으로 확대시행은 실패했습니다. 그러던 중 도로공사 교통처에서 소식을 듣고 신규방침을 추가하여 색깔유도선을 추가로 76개소로  늘립니다. 이는 2차 테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1년과 2015년에 색깔유도선이 있는 분기점의 사고율과 2017년도의 사고율을 비교해보니 27%가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색깔유도선의 검증된 효과를 바탕으로 2017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되어 고속도로 분기점, 나들목, 하이패스,  졸음쉼터 등 364곳에 색깔분기점이 설치되어 사고를 예방하게 됩니다.

색깔유도선을 만든 한국도로공사 윤석덕 차장님처럼 사례처럼 조금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생활속에 서비스 디자인과 관련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생활속 재밌고 흥미로운 서비스 디자인 사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ags: DESIGN RESEARCH, 알쓸신서, 서비스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