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5) : 디자인 리서치 툴북_검증적 조사

안녕하세요! 드디어 디자인 리서치 툴북의 마지막 장인 검증적 조사 파트까지 왔습니다! 1, 2, 3장에서 고객 니즈파인딩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파악하고, 아이디어 발산과 수렴 과정을 통해 솔루션을 도출하는 과정까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도출한 솔루션이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디자인 리서치 툴북 마지막 장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04. 검증적 조사

 


고객 체감 가치
CPV : Customer Perceived Value

고객 체감 가치는 가치 기반(Value-Based) 아이디어 평가(Idea Evaluation) 방법론으로써 고객 가치가 혜택(Benefit)과 비용(Cost)으로 구성됨을 가정하고 이들의 비율로 가치에 따른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법론입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 가치 모델을 논의할 때 널리 사용되는 비유가 있습니다. 양팔저울의 비유인데, 이는 소비자들은 마음 속에 양팔저울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가상의 양팔저울 한쪽에는 혜택(Benefit)과 관련된 요소들을 올려놓고, 다른 한편에는 비용(Cost)과 관련된 요소들을 올려놓게 됩니다. 소비자들은 가능한 모든 비용과 혜택 요소들을 저울에 올려놓고 기울여지는 방향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검증적조사

 

 


고객 체감 가치는 결국 시장에서 체감되는 혜택과 비용 간의 차이로서 정의되는데, 일반적으로 혜택과 비용의 단위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혜택에서 비용을 빼서 계산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혜택과 비용의 비율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BC Ratio(Benefit Cost Ratio)라고도 하는데, 비율을 이용하면 혜택과 비용의 단위가 전혀 달라도 그 비율값의 순위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분석에 용이한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체감 혜택은 고객조사를 통해 얻은 9점 척도의 평가값을 활용하고, 비용은 해당 가격을 구현하는데 소요되는 금전적 비용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의미입니다.

고객 체감 가치 분석을 위해서는 비용과 혜택의 상대적 크기를 평가해야 합니다. 앞서 포지션 맵이나 스코어링 모델에서 설명한 방법들을 이용하여, 각 기능별 상대적 중요도를 도출합니다. 물론 보다 정교한 분석을 위해서는 컨조인트 분석이나 계층구조 분석(AHP) 등 보다 정량적인 방법론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비용 요소 추정에 있어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각 기능을 구현하는데 소요되는 원가를 추정하여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비용은 초기투자 비용과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운영 비용으로 구분해서 이를 둘 다 반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서비스 개발에 있어서 운영 비용에 대한 고려가 중요한데, 서비스는 제품과 달리 초기에 개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비용 요소를 추정함에 있어서 재무적 비용 이외의 요소들이 있다면 정성적으로 스코어링 모델 등을 통해 금전적 비용과 가중평균을 활용하여 하나의 수치로 도출합니다. 정성적 비용이라 함은 예를 들어 스위칭 코스트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검증적조사

고객 체감 가치 페이퍼 툴킷, 알마덴


분석 대상 기능들에 대한 혜택과 비용 요소에 대한 수치 추정이 완료되면, 혜택을 비용으로 나누어 고객 체감 가치를 구합니다. 이때 혜택 요소의 총 합으로 해당 아이디어의 혜택을 나눔으로써 정규화(Normalize) 과정을 거칠 수 있습니다. 이러면 혜택 점수들이 백분율로 환산되고 비용 점수들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 정규화된 백분율 수치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정규화 작업의 장점은 고객 체감 가치를 계산했을 때 분자와 분모의 단위를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맞춰 직관적 이해를 돕는 것입니다. 정규화 과정을 굳이 거치지 않아도 아이디어들 간 고객 체감 가치의 순서는 변하지 않습니다.

고객 체감 가치 계산이 끝나면, 혜택과 비용으로 이루어진 이차원 공간 상에 각각의 아이디어를 위치시킵니다. 이때 가로축을 비용, 세로축을 혜택으로 설정합니다. 아이디어들의 배치가 완료되면 원점과 아이디어가 배치된 점을 잇는 보조선을 그려봅니다. 이 선의 기울기가 바로 해당 아이디어의 고객 체감 가치입니다. 세로/가로 변량이 기울기이고, 이 고객 체감 가치 공간 상에서는 곧 '혜택/비용= 고객 체감 가치'라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이 공간에 배치된 점들은 원점과 연결선이 가파를수록 상대적 가치가 높은 아이디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화 표현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에 대한 고객 체감 가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매직넘버 7을 다시 상기해봅시다. 고객 체감 가치 분석이 끝났다면 고객 체감 가치가 높은 아이디어 5~9개를 신제품 호은 신규 서비스 콘셉트에 포함시킵니다. 후순위 아이디어들은 사업화 과정에서 배제시킵니다. 탈락된 아이디어들 중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들은 별도로 모아두었다가 보완, 발전시켜 추후 차세대 버전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진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탐색적 연구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여정을 통해 진흙에서 힘들게 찾아낸 진주들을 그 크기에 따라, 맑고 탁함에 따라 분류하여 이제 하나의 목걸이로 만들어야 합니다. 고객 체감 가치는 아이디어들을 선별하고 상품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론 입니다.


가격민감도 조사
PSM : Price Sensitivity Measurement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시장 출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갖아 큰 고민은 적절한 가격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신제품 개발 방법론에 의하면, 목표 가격을 결정(Target Costing)하는 것이 콘셉트 개발 단계에서 이미 선행되어 본격적인 개발이 들어가기 전에 스펙을 확정(Spec Freezing)하고 이에 맞춰 구체적인 설계에 들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미 탐색 조사나 콘셉트 디자인 단계에서 대략적인 가격에 대한 범위를 결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장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가격결정은 신제품 및 서비스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검증적 조사 단계에서 다시 한 번 가격에 대한 결정과 검증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가격결정은 상품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단계이자, 새롭게 출시되는 상품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가격결정에 있어서 시장조사에 의존하여 보다 객관적이고 타당한 정보를 얻고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조사 방법론 중에 다양한 가격결정에 있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가격민감도 조사(PSM : Price Sensitivity Measurement)'입니다. 이 방법은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페테르 판 베스템도르프가 제시한 개념으로서 정량 조사에 기반한 기술적 분석을 통해 적정 가격을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고객에게 출시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콘셉트를 충분히 전달할 수만 있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서의 지불용의가격에 대한 질문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 추정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상품의 가격이 너무 싸다면 품질에 의심이 든다든지 뭔가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터무니없이 싸다'라고 받아들입니다. 반대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도 존재합니다. 상품 콘셉트는 좋지만 가격이 비싸서 나라면 사지 않겠다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터무니없이 싸지도 비싸지도 않게 느껴지는 적정가격 내에서도 싸다고 느껴지는 가격과 비싸다고 느껴지는 가격이 존재할 것 입니다. 이렇나 4가지 체감가격의 시작점을 정량 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이를 종합하여 적절한 가격 범위를 도출해내는 것이 가격민감도 분석방법입니다.

먼저 고객이 느끼는 가격에 대해 4가지 문항을 준비합니다. 첫 번째 문항은 품질에 의심이 갈 정도로 싸다고(Too Cheap) 느껴지기 시작하는 가격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싸다고 느끼는(Cheap) 가격이 얼마부터인지 묻습니다. 세 번째는 비싸다(Expensive)고 느껴지지만 여전히 구매를 고려하는 가격은 얼마부터인지 물어봅니다. 마지막으로 얼마 이상이 되면 너무 비싸서(Too Expensive)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 느껴지는가를 물어봅니다. 이 4가지 질문을 통해 한 명의 소비자로부터 4가지 가격을 얻어냅니다. 여기서 가격은 싸다고 느껴지는 질문에 대한 응답값이 그렇게 느껴지는 시작점이기 때문에 그 이하의 가격은 역시 싸다고 느낄 것이라 간주합니다. 비싸다고 느껴지는 가격 역시 그 이상의 가격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싸다고 느낀다고 간주합니다. 이차원 공간의 가로축을 가격, 세로축을 해당 가격에 대해 너무 싸다, 싸다, 비싸다, 너무 비싸다로 각각 4가지 범주의 응답 확률을 위치하고 모든 응답자의 응답 확률을 찍어보면 4가지 곡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곡선을 가격민감도 곡선이라고 합니다.

 

 
검증적조사 가격민감도 곡선


가격민감도 분석은 매우 오랜 기간 마케팅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어온 방법으로 명확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가격전략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획득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또한 수십 년에 거쳐 동일한 4개의 표준화된 문항으로 전세계에서 조사가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시간의 변화를 고려하거나 업종간 상대적 비교를 통해 보다 입체적인 정보를 추출해 낼 수 도있습니다. 이는 지속적으로 동일한 분석을 진행해왔던 기업이나 전문 시장조사기관의 경우 특히 그러합니다. 이 방법의 단점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은 결과로서 제시되는 고객 수용 가격의 범위가 너무 넓게 나와서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시장 내에서 경쟁제품들이 형성해 놓은 가격대가 명확하고, 소비자들도 이러한 부분에 익숙해 있다면, 분별력 없는 조사결과에 대해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보다 정교한 고객 지불용의가격(WTP : Wiliing to Pay) 조사를 통해 보완을 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전혀 유사한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신상품의 경우에도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적절한 가격을 추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조사 대상자들이 관련 제품이나 시장에 대한 이해가 낮음녀 낮을수록, 가격민감도 조사의 결과로 제시되는 고객 수용가격의 범위는 넓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격민감도 조사가 제시하는 가격이 사업적 수익 극대화에 기여하는가에 대해 회의적 의견을 제기하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오히려 최적가격보다 좀 더 비싸게 가격을 설정했을 때, 기업의 매출이나 수입이 극대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마다 프리미엄 전략을 택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처럼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경우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민감도 조사 결과의 고객 수용 범위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신뢰할 만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지배적입니다. 어떤 연구자들은 가격 역치(Prive Threshold) 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최대 수용가격 이상 혹은 최소 수용가격 이하의 가격으로 상품 가격이 결정되었을 경우 소비자의 구매의사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적 가격이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고객 수용가격 구간에 대해서는 참고할 만한 결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검증적조사

 

 



ATAR 수요 예측
ATAR : Awareness, Trial, Availability, Reuse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기획된 상품을 제공하는데 소요되는 총 비용을 추정하고, 이것을 예상되는 매출에서 차감하여 손익의 흐름을 예상해보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재무적 분석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적절하게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수요 예측(Forecasting)에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창업 초기 데이터가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새로운 상품에 적합한 방법이 ATAR 수요 예측 방법입니다.

 

 
검증적조사

ATAR 막대 그래프


ATAR은 인지율(Awareness), 체험율(Trial), 가용율(Availbility), 재구매율(Reuse)의 약자로 소비자 관점에서 제품 구매에 이르는 단계를 나눠서 각 단계마다의 비율을 추정하고 이를 곱하여 총 수요를 예측하는 세분화 방법(Breakdown Approach)의 일종입니다. 각 4단계는 백분율 값으로 추정하며 초기 목표고객의 수에서 시작하여 이 중 몇 퍼센트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인지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는 잠재고객 중 몇 퍼센트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해 보았는지, 체험해 본 고객 중 몇퍼센트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접점에 접근이 가능한지, 마지막으로 이 중 몇 퍼센트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하여 재구매를 하는지 단계적으로 고려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이 100만명이고 새로운 애견 신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30%, 인지고객 중 체험율은 50%, 가용율은 80%, 재구매율은 60%라고 가정하면, 총 수요는 100만명*(30%*50%*80%*60%) = 100만 명*7.2%=7만 2천개, 즉 총 수요를 7만 2천개로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ATAR 그래프를 그려봄으로써, 기존에 운영 중인 상품의 마케팅 단계 상 문제점이 어느 단계에 존재하며, 개선이 시급한 지점이 어디인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인지율과 체험율은 고객 구매의사 결정 단계의 초기단계로써, 상대적으로 어느 부분을 올려주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TAR 각각의 요소들은 뒤쪽으로 갈수록 이전 연계의 결과를 모수로 하기 때문에 초기단계를 끌어올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효과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ATAR은 비즈니스 환경이나 시장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변환하여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판매채널이 온라인 채널 중심이거나 특정 매장 중심의 푸쉬형 제품의 경우 가용성은 거의 100%가 되기 때문에 특별히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럴 경우 ATAR은 ATR 모델로 변형하여 적용하면 됩니다. 내구성 재품의 경우 재구매율이라는 요소는 재구매 기간이 너무 길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소비재 중심의 ATAR 모델은 ATA 모델로 변형해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ATAR 모델은 신제품 출시 이전에 내부적 의사결정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므로, 본격적인 출시 단계에 접어들면서 경쟁상황이나 시장의 반응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요 예측 결과를 수정해 나가야 합니다.

테스트 마케팅(Test Marketing)이나 콘셉트 테스트 결과들과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콘셉트 테스트 결과들은 통상적으로 콘셉트 보드나 시제품 수준으로 제시된 콘셉트와 그 콘셉트가 제시하는 차별점 및 핵심적 가치 제안에 대해 잠재적 소비자들의 반응 수준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테스트 마켓(Test Market) 방법에서는 가상적으로 시험 판매해보거나 샘플링 등을 통해 실제 제품 수준의 완성도를 갖는 시제품을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ATAR에서의 4가지 주요 모수들에 대한 가정을 이러한 정교한 조사들을 통해 수정하고 조정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지속해서 해야합니다.

프로토타이핑과 사용자 테스트
Prototyping and User testing

검증적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 듣고 보고 느끼는 상품에 대한 매력도가 실제 판매 될 상품과 유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아직 시제품이나 완제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콘셉트 보드를 구성하여 제품의 핵심적인 기능이나 외관 등을 보여주고 주요 기능과 사양, 차별적인 가치 제안을 말로 설명하여 제시합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언어적 표현의 한계로 인해 실제 구현될 상품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거나 실제 사실과는 왜곡된 형태로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프로토타이핑은 대부분의 경우 언어적 표현보다 훨씬 더 사실적인 의미와 뉘앙스 전달을 가능하게 합니다.

프로토타이핑은 말 그대로 완성품이 나오기 이전에 그 원형을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프로토타이핑은 구현 수준에 따라 외관 형태만 보는 디자인 목업(Mock-up), 실제 완제품 수준의 기능이 구현되는 기능적 시제품(Functional Prototype), 더 넓게는 시험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완제품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시제품까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려면 시간과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제품개발 프로세스 전 과정상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구현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 신제품 개발 추세는 초기의 가속화된 프로세스를 강조하며, 신제품 개발 초기단계(Front-End)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래피드 프로토타이핑(Rapid Prototype)이나 3D 프린터와 같은 기술적 발전은 혁신 프로세스 및 생태계를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최근에는 주변에서 쉽게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같은 프로토타이핑 공간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D 프린터나 CNC 머신 등과 같은 고가 장비들의 가격이 낮아지고, 공공 환경에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뀐 것입니다.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관점에서도 버츄얼 머신이나 에뮬레이터 환경에서 쉽게 시스템을 구현해볼 수 있도록 많은 저작 툴들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라즈베리 파이나 아두이노 등과 같은 교육용 컴퓨팅 시스템들도 조금만 배우면 쉽게 복잡한 콘셉트를 현실세계에서 구현해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신제품 개발 단계 초기에 아이디어나 콘셉트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훨씬 더 고객의 반응을 감지하여 콘셉트 개선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통적으로 사용성 공학(Usability Engineering) 분야에서 활용되어온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라는 개념이 유용합니다. 소설 원작에서 우리가 아는 오즈의 마법사는 실제로 마법을 할 줄 모릅니다. 다양한 기계장치나 특수효과를 활용하여 마치 마법을 할 줄 알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제품 개발에 있어서도 오즈의 마법사같이 행동하여 좋은 의미로 고객을 속이고 그들의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굳이 비싼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유용한 정보들을 획득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현금 인출기가 없던 시절에 ATM 기계라는 콘셉트를 발명했다고 해봅시다.

콘셉트에 대한 구현을 위해서는 프로그래밍도 해야 하고, 돈을 주고 받는 기계장치, 전체 키오스크 외관에 대한 디자인, 입출금 화면에 대한 UI 디자인 및 설계 등 수많은 일들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출시에 앞서 해당 콘셉트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 방법을 적용해 검토할 수 있습니다. 모든 요소들을 다 구현하기 이전에, 그럴싸한 외관박스를 만들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직접 돈을 세어 내어주는 형태로 프로토타이핑을 해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실제 은행 옆에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수준의 ATM 머신 같은 외관의 시제품을 설치해두고, 그 안쪽에서 수작업을 통해 운영하는 것입니다. UI만 현실적으로 구현된다면, 소비자들은 마치 완제품이 입력 정보를 인식하여 돈을 세고 내어준다는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검증적조사

오즈의 마법사 방법을 활용한 스마트토이 콘셉트 테스트 프로토타이핑, 알마덴


예산과 시간이 부족한 스타트업 기업들 입장에서는 프로토타이핑과 사용자 테스트 단계에서 많은 창의성이 요구된다. 어쩌면 콘셉트를 개발할 때 투입했던 아이디어와 시간만큼 프로토타이핑과 테스트 단계에서도 스타트업들만의 혁신적 방법들을 고안해서 적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상품이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라면 프로토타이핑은 훨씬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서비스 프로토타이핑을 위한 독일의 한 연구소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극장과 같은 환경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평가자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이전에 서비스를 프로토타이핑 해보고 평가해볼 수 있는 환경과 기술을 구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거창한 인프라나 기술활용이 아니더라도 쉽게 서비스 콘셉트를 구현하여 평가해볼 수 있습니다.

영화 <파운더(Founder)>에 그 단서가 있습니다. 맥도날드 형제의 초기 창업 과정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는 맥도날드 형제가 기존의 매장에서 현존하는 형태의 매장으로 혁신적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 나옵니다. 그들은 나름 장사가 잘되던 매장을 닫고 그들이 생각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매장을 새로 설계하여 짓기 위해 그 전에 프로토타이핑을 합니다. 직원들과 함께 공터에서 손으로 구획을 그려놓고 어떤 사람은 소고기 패티를 굽고, 어떤 사람은 감자를 튀기고 등등 역할을 정해 가상의 손님에게 어떻게 서비스를 구성하고 제공할지 수없이 시행착오를 하는 과정이 나옵니다. 서비스 프로토타이핑의 핵심은 이런 역할극(Role Playing)입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대면 서비스가 핵심인 경우에는 이러한 역할극이 서비스를 사전에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역할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변 장치들을 적절히 제공해 줄 수 있다면, 본격적인 서비스 개발에 앞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찾아내고 보다 잠재적인 고객 니즈 발굴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검증적조사

영화 <파운더(Founder)>의 프로토타이핑 장면

 


ASID(Almaden Service design Info Desk) 1편에서 5편에 거쳐 디자인 리서치 툴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 포스팅을 읽은 독자분들이 서비스디자인에서 활용하는 디자인 리서치에 대해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도 흥미롭고 유익한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