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3) : 디자인 리서치 툴북_탐색적 조사(2)

안녕하세요! 지난 SID(2) : 디자인 리서치 툴북의 탐색적 조사 1편은 흥미있게 보셨나요? 오늘은 탐색적 조사 1편에 이어서 방법론 몇가지를 더 소개드리겠습니다. 방법론 소개와 더불어서 디자인 리서치 툴북에는 서비스디자인 방법론 페이퍼 툴킷이 동봉되어있습니다. 페이퍼 툴킷을 통해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방법론을 쉽게 적용하여 따라해볼 수 있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볼까요?



맥락적 조사
Contextual Inquiry

 

최근 맥락(Context)이란 용어를 다양한 분야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TPO(Time, Place, Occasion)란 말들을 많이 사용합니다. "TPO에 맞게 옷을 갖춰 입고 오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어도 무방한지,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어야 하는지 결정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맥락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그 수혜자나 주변 이해관계자가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전혀 다르게 전달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맥락적 조사(Contextual Inquiry)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 Centered Design)의 한 방법론으로 시나리오 기반 디자인을 위한 기초 단계입니다. 인문학적 접근은 '다른 사람을 맥락적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맥락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을 육하원칙에 의해 관찰하고 파악하는 것인데 이때 육하원칙의 순서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모두가 잘 아는 육하원칙은 일반적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의 순서로 이야기 합니다.

디자인 씽킹의 태동이 된 스탠포드 디스쿨의 디자인 싱킹 관련 백서를 보면, 이 육하 원칙이 맥락을 구성하며 그 순서에 따라 고객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즉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까지의 초기 4요소는 관찰만으로도 쉽게 얻어낼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고객에 대한 공감이 심화되고 통찰력이 쌓이면, '어떻게'에 대한 다양한 형태들이 눈에 보이고 이들 간의 차이와 시사점을 얻어 낼 수 있습니다. 고객 공감의 최종 단계는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 순서로 다양한 상황을 열거하고 이를 조합함으로써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 맥락적 조사의 육하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왜'인데,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는 바로 이 '왜'를 알아내고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맥락적 조사는 정성적 조사 방법으로 분석자의 상상력과 노력을 요구합니다. 가능하면 다양한 상황을 빠짐없이 고려하여 무엇이 중요하고 특이하며, 자주 발생하는 상황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육하원치의 6가지 요소들에 대한 하위 항목들을 각각 독립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분석 대상인 제품 및 서비스 혹은 관심 분야를 염두에 두고 맨 처음 '누가,Who'에 해당하는 키워드를 열거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에 해당하는 키워드를 생성해 낸 뒤 관련 키워드들을 연결함으로써 다양한 상황(Scene)을 만듭니다.

좀 더 깊은 고객이해를 위해 '어떻게,How', '왜,Why'에 대한 키워드를 구체적으로 만들어내며 전체 과정은 'Who'에서 'Why'로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다양한 맥락(Context) 요소 간의 조합을 통해 가장 대표적인 상황,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 예외적인 상황 등 다양한 상황(Scene)을 도출하여 기회 탐색을 위한 이후 단계의 고객이해도를 높이는 데 활용합니다.

 

 
맥락적조사

Contextual Inquiry를 활용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사 이해관계자 워크숍, 알마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6개의 맥락 항목별 최소 10개 이상의 맥락 요소를 생각해냅니다. '누가'에 해당하는 10가지, '언제'에 해당하는 10가지 이런 식으로 횡적 발산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런 이후에 각 요소들간의 종적 결합을 시도해봅니다. 이론적으로는 10*10*10*10*10*10 = 1,000,000가지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물론, 강제 결합을 하다보면 말이 안되는 조합도 생기고 별다른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조합이 계속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백만 가지 가능성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검토해 나가면서 의미있는 30여 가지의 상황을 한 두시간이면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 대한 제품이나 서비스 콘셉트를 미리 염두에 둔 채로 접근하는 대부분의 상품기획 상황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맥락들의 조합만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방법은 편견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상황들을 탐색해 나가면서 다양한 기회들을 검토해 볼 수 이는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사전에 필드 리서치가 충분히 잘 선행되었다는 전제 하에 맥락 조사 단계는 반나절 정도만으로도 30여 가지 대표 상황들을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맥락적조사

디자인 리서치 툴북 맥락 조사(Contextual Inquiry) 페이퍼 툴킷


인천공항의 컨세션 매장 기획을 위한 디자인 리서치 과정에서 Contextual Inquiry를 통해 우리는 3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페르소나별 맥락적 상황들을 주분석 대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충분한 발산 과정 이후에는 수렴의 과정이 따라야 합니다. 수십에서 수백 가지 고려 대상들 중에 의미있는 상황들을 골라내야 합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여섯 가지 맥락 요소 중에 공통적인 부분이 많은 상황들을 그룹핑하는 것입니다. 출장을 앞둔 회사원이 앞으로 한식을 오래 먹지 못할 것을 우려해 순두부찌개를 먹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출입국사무소를 지난 지역에서 된장찌개를 먹는 경우와 의미상으로 유사한 사례로 분류 가능할 것입니다. 반면 면세점 쇼핑을 위해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최소화하고, 식사는 비행기에서 나올 기내식으로 때우면 그만이라는 20대 여성 여행객은 앞선 사례와는 전혀 다른 동기와 행동을 나타냅니다. 유사한 상황들을 충분히 제거하고 그룹핑하는 작업이 끝나면, 수십 가지 상황을 고객 중심으로, 때로는 목적 중심으로 재배치 해보면서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보는 작업을 통해 공항 이용 고객별 이용 형태에 대한 구조화된 시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맥락적조사

인천공항 식음료 이용 계획 및 이용 여부에 대한 2X2 매트릭스, 알마덴

 

예를 들어 공항에서의 식음료 이용 행태와 관련해서 공항에 오기 전에 식음료를 이용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럴 계획이 없었는지를 한 축으로, 다른 한 축에는 실제로 공항에서 식음료 상품을 이용했는지 아닌지의 2*2 매트릭스로 구성해볼 수 있습니다. 수십가지 혹은 수백가지 상황들도 이러한 프레임워크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4가지 유형으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한식이 그리워서든, 배가 고파서든, 아이들의 장시간 비행을 앞두고 걱정이 돼서든 이미 공항에 오기 전부터 식사를 하고 가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 그룹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 어느 정도 마음속에 정해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식사 시간을 통해 비행기에 타기 전 충분한 휴식을 위한 공간적 가치에 대한 우선순위도 높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다양한 목적으로 식음료 매장을 방문하고자 계획했으나, 공항으로 오는 중에 길이 막혔거나 사람이 너무 많아 예상보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그러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테이크아웃이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암스테르담공항에서는 모바일을 통한 식음료 메뉴 주문 후 비행기 탑승 직전에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런 류의 페르소나와 상황에는 이런 서비스가 중요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처음부터 공항에서는 무엇을 먹을 필요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면세점 이용이 최우선이든지, 공항에서의 체류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든, 항공사의 프리미엄 멤버라 최상위 라운지 이용이 당연한 사람들은 공항에서 생수 한 병 사먹을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네 번째는 원래는 계획에 없었으나 격한 쇼핑으로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픈 경우, 비행기가 연착되어 부득이 공항에서 한끼를 때워야 하는 경우, 기념품을 사려고 하다가 시식을 하거나 호기심이 발동해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공항의 식음료 매장 입장에서는 이러한 네 번째 유형의 고객들에 대한 대응도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기존에 정체된 매출 이외에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맥락적 요소의 조합으로 시작된 기회 탐색 단계는 보다 전략적이고 구체화된 상품 아이디어 발상 단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고객여정지도
Customer Jourey Map

서비스 사파리, 쉐도잉, 에스노그라피 등 앞서 설명했던 고객 관찰 조사기법을 통해 파악된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시각화 할 수 있는 서비스 디자인 방법 중 하나는 고객 여정 지도 입니다.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는 고객 또는 이해관계자가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 여정을 포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고객의 만족도, 불편사항, 잠재적 니즈 등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악해 보는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의 일종입니다. 고객 여정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페르소나(Persona)를 정의해야 합니다. 페르소나는 고객의 대표 캐릭터 또는 예외적인 고객 캐릭터로 정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한 페르소나가 서비스나 제품을 경험하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악해 봅니다. 고객 경험 단계마다 발생하는 고객 행동의 이유, 고객 행동의 특이한 점, 또는 사파리를 통해 발견되었던 이슈 등을 각 여정 별로 정의합니다. 이 단계까지는 그 동안의 조사를 통해 발견되거나 파악된 내용을 정리하는 단계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해석하는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객만족도의 평가는 서비스 품질 모델의 하나인 고객 기대 범위(ZoT : Zone of Tolerance)라는 개념을 활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 품질은 사전 기대 수준 대비 사후 체험결과 간의 차로 정의됩니다. 고객의 사전 기대수준과 부합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로 우선 나눠볼 수 있습니다. 사전 기대수준과의 부합 여부가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한 이후에 기억하는 내용과 빈도의 차이 때문입니다. 사전에 기대했던 수준에 부합한 품질을 보인 경우 나중에 물어보면 고객들은 특별히 기억나는 사항이 없다고들 대답합니다. 물론 기대했던 수준 내에서도 고객만족도를 상, 중, 하 3단계로 재평가 해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고객이 사전에 기대했던 수준을 벗어나는 경우, 고객은 오랫동안 분노하거나 열렬한 지지자가 되곤 합니다. 따라서 고객만족도의 척도가 총 5단계가 있지만, 이 때 다섯 단계를 단순한 5점 척도 평가로 생각 하지 않고 크게 2단계로 나누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서비스의 만족도 정의는 사전의 기대수준 대비 사후 경험수준의 차이로 정의하는데 1단계는 '서비스 및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고객의 기대 수준 안에 들어오는가?'이고, 2단계는 '서비스 및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고객의 기대수준을 벗어나는가?'입니다. 그리고 2단계의 만족도를 다시 고객의 기대수준을 긍정적 의미로 벗어나는가? 부정적 의미로 벗어나는가?로 나누어 정의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서비스의 품질이 기대이상으로 좋았을 때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억하게 되고 반대로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제품과 서비스 또한 부정적 의미로 기억하게 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고객은 본인이 기대했던 수준 만큼의 서비스나 제품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고객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전 기대에 충족된 이 부분을 고객 기대 범위(ZoT : Zone of Tolerance)라고 부릅니다. 총 5점중에 2점에서 4점에 해당하는 구간입니다.

그렇다면 고객 여정 지도의 고객만족도는 어떻게 활용하는 것일까요? 우선 고객의 감정 변화를 시각적으로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단계별 감정을 선으로 이어봅니다. 이렇게 시각화를 하고 나면 어느 부분에서 감정의 기복이 심한 곳이 발견될 것입니다. 이러한 고객 감정의 변화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이 부분의 전후 사정을 맥락적으로 이해하여 고객의 만족도가 갑자기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변화된 계기 등의 숨은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과정에서 나쁘게 기억하는 부분의 이유에 집중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거나 감동적으로 기억했던 부분을 발전시켜 더 큰 기회를 포착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고객 여정 지도는 페르소나 별로 여러 개를 작성하여 활용할 수 있는데 페르소나에 따라 달라지는 포인트를 파악하거나 페르소나 별로 다른 여정에서 발견되는 차이를 파악하는 것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고객 여정 지도는 앞서 진행된 선행적 관찰 연구들에 대한 종합 요약이자 시각화 방법이라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선행 연구가 결여된 채 고객 여정 지도만 수십 장 그려보아도 충분한 통찰력을 얻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고객만족도 평가에 있어서도 객관성을 담보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선행 연구와 고객 여정 지도 간 시간과 노력 분배가 중요하며 고객 여정 지도 하나만 활용하기 보다는 반드시 서비스 사파리, 쉐도잉, 에스노그라피 등과 같은 고객 관찰 방법들과 병행해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맥락적조사

디자인 리서치 툴북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 페이퍼 툴킷


생애 주기 단계
Life Cycle Step

앞서 다루었던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가 사람의 상호 작용 관점으로 서비스나 제품의 사용 경험을 파악했다면, 생애 주기 단계(Life Cycle Step) 분석은 특정 제품(Product)이나 환경 등 보다 물질적인 요소(Physical Element)를 중심으로 분석을 확대해 나갑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의 주기를 전주기 관점으로 확장해 분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관점으로 생수의 Life Cycle Step을 분석한다면 대부분 생수가 편의점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시점부터 내가 생수를 구매해 마시고 버리는 단계까지를 생각할 것입니다. 이 단계를 During이라 합니다. 하지만 전주기 관점의 분석은 During 이 전 단계인 Pre와 이후 단계인 Post 단계까지 제품의 Life Cycle 즉, 생애 주기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생수의 원천인 물을 어디서 공급받았는가부터 원천수가 생수병에 담기기까지의 과정, 생수병이 냉장고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Pre 단계가 되는 것입니다.

앞서 언습한 During 단계를 거쳐 생수병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재활용품 집하장을 거쳐 재활용되는 과정이 Post 단계인 것입니다. 이렇게 제품의 생애 주기를 확장해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주기별로 개입되는 이해관계자를 최대한 많이 배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해관계자란 예를 들면 구매자, 생산자, 유통업자, 기획자 등 생애 주기에 개입하는 모든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강제적으로 진행하다보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해관계자를 발견하기도 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요구사항을 발견할 수 도 있습니다.

 

 
맥락적조사

헤어롤의 제품 생애 주기 예시


제품 생애 주기 단계 분석도 앞서 설명한 고객 여정 지도와 마찬가지로 선행적인 관찰 조사와 병행하여 사용할 때 보다 효과적입니다. 실제 적용에 있어서 Pre-During-Post의 3단계 별로 대여섯개의 세부 단계들을 추가하면 15개 내외의 단계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확장 시킬 수 있습니다. 각 단계별로 이해관계자들을 대여섯 가지 이상 고려해보면 순식간에 100여 가지 단계별 이해관계자에 대한 체계화된 시각화가 완성됩니다.

이해관계자 지도
Stakeholder Map

Life Cycle Step에서 파악한 이해관계자들과 그들간의 상호작용을 정의하는 것이 이해관계자 지도입니다. Life Cycle Step을 정리하다 보면 동일한 이해관계자들이 여러 단계에 걸쳐 재등장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해관계자는 일정 단계에서 잠깐 등장 했다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파악된 이해관계자의 합집합 개념으로 이해관계자 지도를 구성하는데, 이 때 이해관계자를 서비스나 제품과의 관계 정도로 구분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와의 관계가 핵심적인 이해관계자(Core)와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직접적 이해관계자(Direct),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간접적 이해관계자(Indirect)로 구분하여 정리합니다. 이렇게 이해관계자를 정리한 후에는 이해관계자 간의 관계를 정의합니다. 여기서 관계란 그들 간일어나는 비즈니스 관점의 관계입니다. 즉, 서로 주고 받는 서비스나 재화, 용역 등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를 정리할 때 이해관계자와 이해관계자 사이에 상호작용이 포착되면 그들 사이를 화살표로 연결하여 시각화 합니다. 이렇게 시각화를 하고 나면 한 눈에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특정 이해관계자로 화살표가 몰리거나 반대로 어떤 이해관계자와는 아무런 인터랙션이 일어나지 않는 등 그들간의 비즈니스 관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화살표가 집중되었다면 그가 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핵심 인물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 관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또, 특정 이해관계자와는 아무런 인터렉션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이해관계자를 잘못 정의했을 가능성과 동시에 무엇인지 명확하게 관계 규명은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인물이므로 이들을 핵심 영역으로 끌어들여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맥락적조사

헤어스타일링 제품의 이해관계자 지도 예시


서비스 블루 프린트
Service Blue Print


이해관계자 지도는 기존에도 존재하는 시각화 툴이지만, 서비스 디자인 분야가 성장하면서 보다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는 서비스 디자인의 대상과 결과물을 생각해보면 훨씬 이해가 쉽습니다. 서비스 디자인의 최종 결과물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서비스 블루프린트가 대표적인 산출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쇼스탁(Showstack)에 의해 처음 제안된 서비스 블루프린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비스 수혜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의 상호작용을 도식화한 것입니다. 이때 서비스 제공자는 다시 눈에 보이는 온스테이지(On Stage)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백스테이지(Back Stage) 서비스 제공자로 나눠집니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보다 쉽습니다. 우리가 햄버거를 먹으러 흔히 이용하는 한 패스트푸드점을 생각해보면,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는 직원이 있습니다. 그들이 온스테이지 서비스입니다. 주문이 완료되면, 전산 시스템을 통해 혹은 구두 상으로 어떠한 주문이 접수되었는지를 알려줍니다. 고객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뒤쪽 주방에서는 이 주문 내용을 확인하고 감자를 튀기고 음료를 담고 햄버거를 구워서 전달합니다.

이 사례에서 고객의 눈에도 보이지 않고, 고객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지는 않지만 서비스 전달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백스테이지 서비스 제공자라고 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배달의 민족과 같은 O2O 플랫폼의 예처럼 온스테이지 혹은 백스테이지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이 일부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대체되기도 하고, 기존 서비스 제공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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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 서비스 블루프린트 예시


서비스뿐 아니라 전통적인 제품 중심의 제조업에서도 이해관계자 지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가치사슬(Value Chain)이나 공급자 사슬(Supply Chain) 같은 방법들도 크게 보면 제조업을 분석하는 광의의 이해관계자 맵이라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제품이 생산돼 판매되려면, 제조사 이외에도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합니다. 원료를 공급하고, 조립이나 생산을 도울 수도 있으며, 제품의 물류나 보관, 유통 및 판매, 마케팅 대행 등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한 가치 사슬 생태ㅖ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들 간에는 복잡한 비즈니스 관계가 성립됩니다.

제품의 가치사슬, 다양한 수준의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간 상호작용, 나아가 변화된 소비 행태까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가능하면 포괄적인 이해관계자를 사전에 정의하고 이들 간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이는 탐색적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측면도 있고, 콘셉트를 만들고 향후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도 핵심적인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