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2) : 디자인 리서치 툴북_탐색적 조사(1)

Written by Hubspot System | Apr 13, 2020 4:00:00 AM

안녕하세요! 지난 ASID(1)편은 흥미있게 보셨나요? 1편에서 왜 디자인 리서치를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얘기했다면 2편에서는 디자인 리서치의 실제 방법론들을 얘기해보려 합니다.그럼 지금부터 1편에 이어 알마덴의 '디자인 리서치 툴북'에 대해 알아볼까요?

 

02. 탐색적 조사

 

일반적으로 신제품 개발 단계를 정의할 때, 가장 처음 단계를 기회 탐색(Opportunity Identification)이라 합니다. 신제품의 개발이든 기존 제품의 개선이든 간에 기회 탐색 단계는 시장에 존재하는 드러나는 니즈, 즉 명시적 니즈와 잘 드러나지 않는 암묵적 니즈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회 탐색 단계의 핵심 활동은 니즈 파인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명시적 니즈에 대한 발견은 고객의 목소리(VOC : Voice of Customer)에 귀기울여서 그들이 아파하고 불편해하는 부분들(Pain Point)을 발견하는 것이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전 포스팅에서 거듭 강조한 바와 같이 이러한 명시적 니즈만으로는 신제품의 혁신성 및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보다 집중해야 할 니즈 파인딩은 고객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숨겨진 니즈들일 것입니다.

탐색적 조사는 말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거나 밝히기 위해
우리가 조사하고자 하는 대상, 정의 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그 대상의 주변까지
면밀히 살펴 찾아내는 조사이다.

서비스 사파리
Site Visit, Customer Visit - Being User

'서비스 사파리'라는 용어가 생소한 사람들도 '사파리'라는 용어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잘 알고 있는 대로 사파리는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조성된 자연생태 공원을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구경하는 일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서비스 사파리는 서비스 환경과 그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는 방법으로 서문에서 언급한 고객을 이해하는 4가지 방법 중 고객을 관찰하는 방법과 고객이 되어 보는 두 가지 방법을 조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는 Site Visit이나 Customer Visit 등과 같은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이 정립되는 과정에서 이를 '서비스 사파리' 용어로 정리했습니다.

서비스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는 수없이 많이 존재하지만 사람, 제품, 시스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장치물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서비스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사람의 행동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한 편의 연극이나 극장에 비유한 개념(Theater Metaphor)이 서비스 경영 분야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극장이나 연극에 비유해 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시각을 넓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극은 배우도 중요하지만 무대나 장치, 대본, 관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주변환경을 포함합니다. 서비스 사파리를 이러한 연극이라는 관점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한편의 연극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전 작업으로 다양한 페르소나를 도출함으로써 주인공과 조연에 대한 인물의 캐릭터를 잡아내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장면 하나 하나의 특징과 장면들간의 연계성을 찾아내며, 극적인 전개를 통한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극적 장치들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기능적으로 서비스 사파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 어떤 고객으로 가장하여 해당 서비스나 제품을 체험할 것인지를 정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외식 매장의 MOT(Moment of Truth)에 대한 서비스 디자인을 한다면 해당 외식 매장의 고객이 되어 매장을 방문, 이용해 봐야 합니다.이 때 '혼밥(혼자 먹는 밥)'을 즐기는 미혼 여성을 가장할 것인지, 가족의 외식으로 매장을 찾는 경우로 설정할 것인지 등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페르소나의 성향과 사정이 서비스의 문제점이나 서비스에 기대하는 수준을 파악하는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페르소나를 정의하여 서비스 사파리를 할 때 가능하면 다양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도록 리서치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합니다. 해당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할 때 겪을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예외적인 상황을 의도적으로 설정하여 체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이나 발견을 하기도 하며 이것이 잠재적 니즈를 찾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암행을 통해 현실적 상황을 파악하는 서비스 사파리의 철학은 조선시대 암행어사 제도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합니다. 이미 마케팅이나 고객관리 분야에서는 쉐도잉이나 미스터리 쇼핑이란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방법들의 공통점은 자연스런 환경 하에서 관찰과 조사가 이뤄지는 직접 체험을 통한 공감(Empathy)입니다. 서비스 사파리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혜자 입장이 되어 경험해 보는 것이라면 이와 유사하지만 수혜자와 공급자 모두가 되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것은 다소 인위적인 환경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한다는 관점에서 롤 플레잉(Role Playing)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방법은 탐색 조사 단계뿐아니라, 아이디어 발상 단계까지 확장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브레인스토밍이라 알고 있는 아이디어 발상 과정에 좀 더 롤 플레잉적인 요소들을 가미하여 몸을 써가면서 아이디어를 낸다고 해 바디 스토밍(Body Storming)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부여중앙시장 서비스 사파리, 알마덴

 

 

부여중앙시장 롤플레잉, 알마덴


쉐도잉
관찰

서비스 디자인에 있어서 'Shadowing'은 글자 그대로 그림자가 되어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하는 사용자를 관찰하는 방법론입니다. 쉐도잉 방법론에서 중요한 것은 관찰하는 대상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리서치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관찰자의 개입이나 불편한 시선은 사용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찰자는 사용자가 자신의 행동에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비스나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주의하며 사용자의 동선을 따라다니거나,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등 리서치의 목적에 따라 대상을 관찰하고 그 패턴을 분석합니다. 쉐도잉을 할 때에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그가 경험하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경험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기분, 바디 랭귀지, 얼굴의 표정 등에 대한 관찰력을 높이도록 합니다. 쉐도잉의 장점은 사용자의 행동이나 그 행동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한 폭 넓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쉐도잉을 할 때에는 시간의 순서 및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순서에 따라 자세히 기록하거나, 비디오 사진 촬영 등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쉐도잉을 통해 얻은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리서치 아이디어에 반영할 때에는 관찰한 케이스를 대표적 사용자의 패턴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됩니다. 쉐도잉을 통해 발견된 사용자의 패턴에 대해 조사자 및 사용자와 충분한 의견을 교환해 추가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반영해야 합니다.

 

 

OO식품 신제품 개발을 위한 청계산 등산객 쉐도잉, 알마덴


디자인 에스노그라피
직접 관찰, 비디오 리코딩, 저널링(다이어리 키핑) : 관찰

서비스 사파리나 쉐도잉 같은 관찰 중심 연구들을 보다 일반화해,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라는 용어로 포괄적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에스노그라피는 원래 인류학자들이 다른 문화를 연구할 때 사용하던 방법론으로서 '민속지학적 연구' 정도로 번역됩니다. 다른 문화에 직접 들어가서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현장 연구의 한 방법입니다.

1990년대 소비자 조사를 위해 이 방법을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 에스노그라피는 디지털 에스노그라피, 비디오 에스노그라피, 저널링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디자인리서치 분야에서는 '디자인 에스노그라피(Design Ethnography)'라고도 합니다. 에스노그라피는 원래 관찰하고자 하는 대상을 직접 관찰하면서 관찰자가 기록을 하는 방법론인데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와 같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경우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세세히 기록하는 저널링(다이어리 키핑)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OO식품회사 시니어 상품 개발을 위한 비디오 에스노그라피 예시, 알마덴


신제품이나 신사업 기회 탐색에 있어서 에스노그라피를 활용한 성공사례로는 유닉스전자의 테이크아웃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드라이어나 고대기 등 미용가전 시장은 이미 국내에서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대체 수요 중심으로 시장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시장에는 올리브영을 중심으로 새로운 뷰티 매장들이 늘어나는 추세였고,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젊은 층에 특화된 상품을 기획해보자는 의도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디자인리서치를 진행하였습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20-30대 직장여성 등을 목표 고객으로 그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있는 뷰티 라이프를 관찰하는 작업을 수개월간 진행하였습니다.

당시 리서치 팀들은 몇가지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첫 번째는 직장여성들의 회사 서랍 내에 작은 손거울과 더불어 간단히 헤어 스타일을 보정할 수 있는 고데기나 심지어 드라이어가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여성들은 운전 중에 신호대기 혹은 정체 구간에서 화장도 하고, 머리에 롤을 말고 운전하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주말에 홍대 근처의 지하철역 공용 화장실에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붐비는 화장실 세면대 거울 앞에 삼삼오오 모여 집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것 같은 초대형 드라이어와 팔뚝만한 고데기로 머리를 말아 올리고, 또 서로의 화장을 고치면서 출격 준비를 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관찰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다소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휴대성이 극대화된 미용기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 대한 시장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 제품의 콘셉트를 마치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나가듯이 스타일을 테이크아웃하자는 취지로 정하고, 프로젝트 코드명을 '테이크아웃'으로 결정했습니다. 나중에 실제 시장에 출시될 때도 동일한 이름으로 제품 브랜드가 정해졌습니다. 앞서 에스노그라피를 통해 발견한 다양한 TPO(Time, Place, Occaision)는 제품 패키지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체육시간 뒤에, 좋아하는 선생님 수업시간을 앞두고 쉬는 시간에 간단히 머리를 다듬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식이었습니다. 목표 고객에 맞춰 다양한 색상과 제품 라인업을 구성한 뒤 시장에 출시하였습니다. 올리브영 명동 지점에서 출시 이벤트를 진행하였는데,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은 몇 개씩 사재기를 해가는 모습도 관찰되었습니다. 이제 출시 5년 여가 지나는 2019년 현재 이 제품군은 2세대, 3세대 제품으로 진화해 나가면서 이 회사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적인 포트폴리오로 자리잡았습니다. 기존에 없었던 고객군을 대상으로 신규 시장을 창출해낸 신제품이 매년 150만개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된 것입니다. 최근 테이크아웃은 대만, 중국 등 동남아로 수출되며 왓슨스 같은 현지 뷰티 채널에서 성공적으로 판매되며, 그 시장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2012년 런칭 당시 테이크아웃 제품 및 패키지 디자인 @Copyright 유닉스전자

X-Use Case
Exceptional Extreme Use Case

X-Use Case는 Extreme Use Case 또는 Exceptional Use Case의 줄임말을 의미하는 저자가 개발한 신조어입니다. 우리가 소비자 조사를 할 때 빠지지 않고 하는 Use Case(사용자 사례 조사)는 일반적인 사용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X-Use Case는 가능하면 예외적이고 극닥전인 사용 사례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서비스 사파리, 쉐도잉, 디자인에스노그라피 등의 관찰 중심의 방법론들은 공통적으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결국 예외적이면서도 극단적인 사례들을 발굴함으로써, 새로운 기회에 대한 단서를 얻고자 함입니다.

 

 

 

X-use cace 예시


창업을 고려하는 스타트업 혹은 스타트업 지망생들 입장에서도 X-Use Case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콘셉트의 개선,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추가 기능이나 용도 발굴 등에 효과적입니다. 저자는 과거 2년간 청년혁신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200여 명의 스타트업 기업 혹은 지망생들에 대한 교육과 멘토링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항상 강조했던 부분은 고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바라보는 연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에스노그라피와 같은 자연스런 관찰과 체험을 통해 공감해 나가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 참가자들은 그들만의 콘셉트를 이미 가지고 있는 상태였고, 생각보다 스스로의 콘셉트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관련 제품, 서비스의 활용 예들과 전혀 다른 관점의 통찰력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콘셉트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도 관련 키워드를 다수 활용하여 충분히 많은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관련 제품, 서비스의 사례들을 찾아내어, 본격적인 필드 리서치나 콘셉트 개발 과정 이전에 유용하게 활용 할 수 있을 것입니다.